‘헬기 분만’ 느는 제주,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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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24주 차의 20대 임산부가 양막파열을 일으켜 헬기를 타고 제주에서 부산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응급 분만 10건 중 1건은 헬기를 이용해 도외 병원으로 이송돼야 한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7일 제주대병원에서는 119구급대원들이 신생아 모형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분만실 간호사의 전담 지도로 응급분만의 진행과 현장 대응 절차, 분만 키트 사용법, 분만 후 신생아 처치 등을 실습했다. 제주대병원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응급분만 전문 시뮬레이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교육은 분만 가능 의료기관이 감소하는 등 제주 분만 인프라가 위축된 상황에서 산모 이송을 책임지는 119구급대원의 초기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1999년 4월 제주시 일도2동에서 개원해 매달 30∼50명의 생명을 받아낸 서해산부인과가 이달 말 폐원을 앞두고 있다. 제주시의 한 종합병원도 산부인과 의료진 3명 가운데 1명이 사직하면서 제한적인 분만만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도내 6개 종합병원 중 일반 산모의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제주대병원과 서귀포의료원 2곳에 불과한 상태다.
분만 여건이 악화하면서 202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응급 분만 346건 가운데 34건(9.9%)은 소방헬기를 이용해 도외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다. 이송 사유의 절반은 신생아중환자실 부족이었다. 병원 입장에서도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높은 고정비 때문에 분만실 운영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산과의사와 전담 간호사, 마취과 의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이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이로 인해 산모 위험은 늘었다. 최근 10년(2013∼2022년)간 출생아 10만 명당 숨진 산모 수는 제주가 16.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는 서울(8명)의 2배 이상이며, 세계에서 9번째로 면적이 넓어 의료 인프라 밀집도가 낮은 카자흐스탄(2020년 13명)보다 열악한 수치다.
이에 제주도는 ‘산모·신생아 응급진료 협력 체계구축 TF’를 구성하고 행정과 119, 종합병원, 민간 의원이 핫라인을 구축해 신속한 치료와 환자 전원이 가능케 할 계획이다. 정부도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의 응급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제주(제주대병원)를 ‘모자 의료 진료 협력체계 지역’으로 추가했다. 이 체계는 권역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분만 기관과 신생아중환자실 운영기관 등이 연계해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를 24시간 진료하는 시스템이다.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지난달 27일 제주도의회에서 “서해산부인과 폐원 결정으로 인한 도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대안으로 의료진의 이동 경로, 병원 인수 여부 등을 파악 및 협의 중”이라고 했다. 또 박 부지사는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승격에 나서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분만·보건 인프라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